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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설 때 별세하신 할머님

기사승인 2020.01.09  19: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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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성국 법학박사. 경민대학교 (前) 교수․도서관장. 국가유공자. 海幹 제34기- (예) 해병대위

▲ 조성국 법학박사. 경민대학교 (前) 교수․도서관장. 국가유공자. 海幹 제34기- (예) 해병대위 © 동부교차로저널

2020년 설날이 양력으로 1월 25일(土)이다. 설을 쇠면 만나는 분들마다 서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라고 덕담을 주고받는 것이 우리의 미풍양속(美風良俗)이다.

필자(筆者. 趙成國)는 설 때가 되면 떠오르는 의문(疑問)이 있다.

疑問이란 1960년 어느 날, 우리 어머님이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점보는 분(女)이 우리 집(경기도 광주군 서부면 춘궁리. ‘궁안’ 마을 -현, 하남시 춘궁동)에 찾아와서 어머님께 할머님의 별세시기(別世時期)를 예언(豫言) 했는데 그것이 그대로 된 것이다.

이 豫言은 어머님이 신빙성(信憑性)이 있다고 생각지 않으셔서 할아버님께 말씀드리지 않아 할아버님은 모르고 계셨다.

놀라운 사실은, 사랑방에서 함께 주무시던 할아버님도 할머님의 별세를 모르셨기 때문에, 온 가족이 할머님의 돌아가신 날짜와 시간을 모른다.

“인간 삶의 궤적은 합리적으로 설명되는 게 아니다. 그 사람이 태어나는 생년, 월, 일, 시가 사주팔자인데, 어떤 사람은 좋은 팔자를 타고 태어나고, 어떤 사람은 나쁜 팔자를 타고 태어난다. 그 차이가 바로 전생업보(前生業報)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전생업보를 따지는 일이 너무 복잡한 방정식일 것 같으면 그걸 신(神)의 섭리라고 이해해도 된다(조선일보 2018. 01. 29.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

이 글을 읽고 筆者는‘사람에게는 정해진 운명(運命)이 있나보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筆者가 1960년 덕수상업고등학교(서울 중구 을지로 6가 -그 당시 위치)를 졸업했다(제48회). 이 때는 우리 동네(‘궁안’ 마을) 전기(電氣)가 들어오지 않아 등잔불 켜고 살던 시절이었다.

오늘 날처럼 대중교통이 원활했다면 우리 집에서 통학이 가능했겠지만 그 당시는 대중교통이 원활하지 못해서, 셋방(서울 왕십리)을 얻어, 자취(自炊) 하면서 학교를 다녔다. 自炊하는 것이 서툴고, 귀찮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기쁜 면도 있었다.

왜냐하면 1957년(필자 고등학교 1학년) 1인당 GDP(국민소득) 73.6달러(US$ 한화 9,000원, 한국은행) 밖에 되지 않아 경제적으로 어려운 농경시대(農耕時代)에 서울로 유학 하였으니 마음이 흐뭇했고, 귀찮지도 않고, 힘들지도 않았다.

自炊생활 중, 쌀을 씻어 양은솥에 넣고, 솥을 연탄불 위에 올려놓으면 밥은 되므로 밥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데, 반찬 만드는 것이 어려웠다. 겨울에는 집에서 가져온 김치가 있고, 맛이 변하지 않아 견딜 만 했는데 여름에는 김치를 보관할 수 없으므로(냉장고 없던 시절) 반찬이 어려운 문제였다. 오늘 날처럼 ‘라면’ 및 ‘인스턴트’ 식품이 보편화 하였다면 어려움 이 덜 했겠지만 그 당시는 그렇지를 못했다. 때로는 굶기도 하였다.

1960년 4·19 혁명(4월 19일)이 일어났다. 그 날 필자는 그 당시 경찰무기고(警察武器庫)(현 정부종합청사 동쪽 직선 방향과 세종문화회관 북쪽 직선 방향이 만나는 지점) 앞까지 갔는데 학생들이 무기고의 닫혀있는 정문을 밀고 들어가려 하자, 안쪽에서 경찰이 고사포(高射砲)를 쐈다. 포 소리와 함께 무기고 밖 도로변의 가로수 윗부분의 굵은 나뭇가지가 부러져 길바닥으로 우수수 떨어지자 학생들이 피해 달아났다.

다음 순간, 안쪽에서 경찰 1명이 담 위로 뛰어올라 필자가 있는 바깥쪽으로 카빈총을 겨누어서 필자는 광화문 4거리 쪽으로 죽을힘을 다해 뛰었다. 십년감수(十年減壽) ….

이날 경찰이 경무대(景武臺, 현 청와대)에 몰려든 시위대를 향해 발포, 120여 명이 사망했다고 보도되었다.

- 이것이 4월 19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 대한 필자의 머릿속에 남아 있는 기억이다. -

겨울 방학 때 집으로 왔다.

1960년 섣달 그믐날 밤(음력), 안방[안채. 韓屋(한옥)-현재 그대로 보존]에서 부모님이 아랫목에 주무시고, 筆者는 윗목에서 잤다. 그런데 자정이 지난 후 사랑방(행랑채)에서 할아버님이 “아범아~! 아범아~!” 하고 부르셔서 아버님이 사랑방으로 가시니 할머님(68세)이 돌아가셨다고 하셨다. 그야말로 청천병력(靑天霹靂), 비상상황이었다.

집성촌(集姓村) 이므로 새벽이지만 이웃, 큰宅(댁)과 작은宅 어르신들이 모두 오셨다.

집안 어르신들이 오셨지만 상황처리가 참 다급하고, 복잡해졌다.

왜냐하면 이 날이 바로 설날….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곱고 고운 댕기도 내가 들이고, 새로 사온 신발도 내가 신어요.” 라는 동요(童謠)를 어린이들이 부르던 시절이었기 때문 이다.

설날 아침, 농촌에서는 1년 중 가장 큰 명절날이다. 이웃 宅들은 ‘차례(茶禮)’ 지낼 제수(祭需) 준비를 모두 끝낸 상태였다. 동네 초상(初喪)이 낫다고 해도, 사실 각자 조상님의 제사를 모시는 것이 우선인 시대였다.

사회분위기가 그런 시대였으므로, 동네 분들이 안 오시면 상여(喪輿)는 누가 메나…. 온 가족이 고민.

그러나 날이 밝고 아침이 되자 이웃인 지(池)00 씨가 제일 먼저 그 분댁 ‘茶禮’를 생략하고 오셨고, 이어서 이웃宅[다른 성씨(姓氏)]이 문상(問喪) 오셔서 정말로 감사했다.

장례는 5일 장(葬). 운구(運柩)는 마을 분들이 喪輿로 장지인 ‘탑산골’[서부면 춘궁리. 현, 고골 낚시터(춘궁 저수지) 남쪽]까지 모셨다.

그런데 부모님은 “자식(子息)이라도 임종(臨終) 자식이 진짜 자식이다”라는 말이 있는데 임종을 못했으니 불효(不孝)한 죄스러움에 난감(難堪), 고민에 잠기셨다.

왜냐하면 할머님이 돌아가신 날짜를 모르니 제사를 어느 날 지내나 ….

부모님은 고민하시다 섣달 그믐날을 제삿날로 정하셨다.

장례를 마치고, 며 칠 후 어머님의 말씀을 듣고, 筆者는 의문이 생겼다.

사람들(일부)이 답답한 일이 생기면 점집을 찾는다는 말을 들었다.

그 시절에는 점보는 분들이 오늘 날처럼, 점집을 차려 놓고 보는 분도 있었지만 농촌에는 행상(行商-도붓장수)처럼 각 가정을 찾아다니면서 점을 봐주는 분들이 있었다.

어느 날 점보는 분(女)이 우리 집에 찾아와서 할머님과 어머님을 힐끗 본 후, 할머님이 사랑방으로 들어가신 뒤, 어머님께 “시어머니는 올 해 섣달 그믐을 넘기지 못하실 것 같습니다.”라고 하고 가 버렸다. 그 당시 할머님은 ‘해소(咳嗽)’ 기운이 약간 있어도 건강은 괜찮으신 편이었다. 따라서 어머님은 그 분 말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으셨다고 하셨다.

그래도 섣달 그믐날이 되자, 부모님은 약간 불안 해 하시다가 자정이 가까워지자 이제는 괜찮으시겠지 하고, 주무신 상태였는데 할아버님이 부르시어 놀라셨다고 하셨다.

어머님의 이러한 상황설명을 듣고, 筆者는 이 점보는 분의 이야기에 대하여 믿을 수도 없고, 안 믿을 수도 없는 疑問으로 남았다.

설 때가 되면 그 생각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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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가 1957년(1인당 GDP 73.6달러 9,000원) 보다 경제적으로 454.2 배 성장, 2018년 1인당 GDP는 33,433.6 달러(US$ 한화 36,787,000원, 한국은행)다.

自炊하면서 학교를 다녔던 필자가 자가용 승용차가 있고, 물질적으로 부족하지 않은 환경에서 살고 있으므로, 지금은 경제적인 선진국에 이민(移民)해서 사는 기분이다.

• △ 필자가 덕수상업고등학교 졸업 할 때 교장 선생님이 서정권 선생님(가수, 서유석 씨의 부친) 이셨다.

△ 필자의 아내[경기도 개성시 고려동 출생. 1951년 1․4후퇴(後退) 때 남하(南下)]가 금란여자고등학교(서울 서대문구 대현동)를 졸업할 때 교감(校監) 선생님은 서예가(書藝家)이고, 경기도 개성 출신, 이철경 선생님(서유석 씨의 모친) 이셨다.

교차로저널 webmaster@n363.ndsof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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